전유성의 무남독녀 전제비의 사부곡이 구슬프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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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빠는 남원시 승화당에 안치되셨다.
(납골당 이름은 승화당이더라. )
무엇하나 준비된 것 없이 갑자기 찾아온 이별이라 같이 넣어드릴 작은 사진 한 장이 없었다.
그래도 아빠는 이름이 명함이니까 괜찮지 않을까?
아빠가 쓰시던 안경, 내가 아주 오랜 시간 갖고 있다가 돌려드렸던 만년필, 마지막까지 쓰고 계시던 모자.
아! 아빠 심심할 때 책 읽어야지 했다가
아니 거기서 심심할 일 없었으면 하는 마음에
새로 만나는 사람들 보여주라고 아빠가 쓴 책도 넣었다.
여기는 아빠의 임시 숙소다.
나는 아빠가 원하시던 수목장을 하기 위해서 열심히 준비해 보려 한다.
시간이 걸리더라도
거기서 만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랑 짜장면도 먹고 그러고 지내….
할머니들 합창단 만드는 게 꿈이었잖아.
꿈도 많았던 우리 아빠….
이외수 선생님 아들이랑 이야기하는데
”오빠. 아빠 선생님도 만나셨을까? “
ㅡ 그럼!
“술도 드시고 그럴까? 거기서는?”
ㅡ그럴거야. 그리고 또 다른 사람도 많을 거야.
오빠는 며칠 전에 선생님이 꿈에 나와서 새로운 소설을 쓴다고 하셨단다.
나도 읽어보고 싶다…. 하고 대답했다가
아. 아빠가 읽겠네. 잘됐다. 하면서 큰 위로가 됐다.
아빠가 가기 전에 계속 매일 붙어있었다.
은주 언니, 현주 언니가 간병을 도와줬고 (언니들 안 계셨으면 긴 입원 생활 내가 먼저 지쳤겠지. )
우리 애들도 거들었다. 밥을 차려드리고 치우고…. 여름방학 내내 아무 데도 못 가고 엄마가 병원 왔다 갔다 하느라 아무것도 못 챙겨줘도 싫은 소리 한번을 안 했다.
아빠가 이렇게 나에게 사람을 남겨두고 가셨다.
많은 위로를 받는다.
아직도 어른이 못된 나는 순간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데 옆에서 괜찮아 괜찮아하는 어른들 덕분에 조금 더 버틸 수 있었다.
아빠. 나 시간 걸려도 기다려줘.
잘 해낼게. 걱정하지 마.
우리는 벌써 아빠가 그리워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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